일본어 (일본에는 「어」 발음이 없다.)

때문에

서울을 소우루, 떡볶이는 도포키
버스는 바스, 커피는 코히


외국어 발음을 문자의 틀 안에서만 이해하려는 시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고정관념을 낳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일본어에는 ‘으’ 발음도 ‘어’ 발음도 없다”는 해묵은 통설이다. 그러나 실제 인간의 목소리를 연구하는 음성학의 렌즈를 통하면 이 통설의 모순이 명백히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어에 ‘어’ 발음이 없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반면 ‘으’ 발음이 없다는 것은 문자가 만들어낸 거대한 착각이다.

먼저 일본어에 ‘어(ㅓ)’ 발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움직일 수 없는 100%의 진실이다. 국제음성학협회(IPA) 기준에 따르면 한국어의 ‘어’는 입을 아래로 크게 벌리며 혀를 뒤쪽 아래에 두는 후설 반개 모음 계열의 소리다. 일본어의 다섯 가지 모음 중에는 이 주파수와 혀의 위치를 만족하는 소리가 단 하나도 없다. 뇌와 혀의 회로에 ‘어’라는 방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서울’을 들으면 자신들의 뇌에서 그나마 가깝다고 인지하는 ‘오’로 강제 치환하여 ‘소우루’라 부른다. ‘어머니’를 ‘오모니’로 발음하거나 영어 단어 ‘Bus’를 ‘바스’로 바꾸어 부르는 것 역시 ‘어’라는 소리의 실체가 부재하기에 일어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반면 “일본어에 ‘으’ 발음이 없다”는 주장은 현실의 소리를 외면한 문자 중심의 억지다. 수많은 비전문적 정보(펌로그)들은 일본어 오십음도 표에 ‘으’를 단독으로 표기하는 글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소리를 부정한다. 그러나 실제 일본인이 ‘스시(すし)’를 발음할 때 ‘수시’라고 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스즈키(すずき)’와 ‘미쓰비시(みつびし)’ 혹은 재난을 뜻하는 ‘쓰나미(つ나미)’를 발음할 때도 명백한 ‘으’ 소리를 낸다.

실제 음성학 측정 데이터와 국제음성기호를 보면 일본어 표준어의 ‘す’나 ‘つ’를 발음할 때의 혀 위치와 모음 주파수는 한국어의 ‘ㅡ’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소리의 실체는 명백하게 존재하며 그들 역시 매일 이 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것이다. 단지 단독으로 ‘으’라고 적을 문자가 없을 뿐이다. 우리가 그들의 발음을 미묘하게 어설프다고 느끼는 진짜 이유는 소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입술을 양옆으로 찢는 강도가 우리보다 약하고 일본어 특유의 고저 악센트가 결합하면서 음색이 다르게 겉돌기 때문이다.

결국 언어의 본질은 종이 위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인간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에 있다. ‘어’ 발음은 소리와 구조가 모두 결여된 완벽한 부재의 영역이다. 그러나 ‘으’ 발음은 엄연히 살아 숨 쉬는 존재의 영역이다. 문자의 한계에 갇혀 실제 들리는 소리의 본질을 부정하는 낡은 학설보다 ‘스시’와 ‘스즈키’라는 명확한 반례를 통해 소리의 실체를 직관적으로 꿰뚫어 보는 청각적 사실이 언제나 진실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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